프로젝트 in Canada and US

브런치 카페 인테리어

CAKO 2022. 2. 24. 10:55

1년 여를 매달린 레스토랑이 결국 오픈을 했다.


물론 1년 내내 이 프로젝트만 진행 한 건 아니었지만 제법 규모가 큰 커머셜(Commercial) 프로젝트라서 새롭기도 하고 배운게 많은 작업이었다. 상류층을 타겟으로 한 브런치 카페 겸 베이커리인데, 이 회사 자체가 워낙 저 지역을 꽉 잡고 있어서 저 회사에서 운영하는 모든 홈인테리어 샵, 레스토랑, 쇼핑몰, 레지던스.. 모든게 우리 회사의 쇼룸이다.
우리 회사 캐비닛은 '세계최고'라고 생각한다. 많이들 그렇게 이야기 하고..정말 우리 회사는 돈보다도 최고의 퀄리티가 목적이라..(사장님의 이 굳은 신념 때문에, 재무팀은 항상 큰 짐을 지고 있다.) 상황이 어찌되었건 최고는 최고인 것!
레스토랑이 지난주말에 오픈하고 문전성시를 이룬 모양이다. 우리 회사 캐비닛이 극찬을 받았고 이걸 보고 물밀듯이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내게 보이는건 저 천장과 캐비닛 뿐
어떤 손님은 어떤 매장 캐비닛을 사진찍어 보내고는 이렇게 해달라고 한적이 있었는데 난 정말 그때 전율이 왔다! 그거 내가 한거야. 똑같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대답을 하고.. 가족들에게 자랑 천번을 했다


늦게 시작한 일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한번씩 있으면 늙었나..눈물도 핑 돌고.. 주변 모두가 짜증나게 해도 그날은 천사처럼 살 수 있었다..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레스토랑은 미국에 있고 우리 회사는 캐나다에 있다. (거의 99%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진행된다) 캐나다에서는 프로덕션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집을 해도..난 맨날 칙칙한 사무실에 앉아서 먼지 구덩이 속에서 씨름을 한다. 그래도 한번씩 이런 사진을 받아보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고...

서비스 카운터에 있는 패널들은 모두 월넛인데, 그냥 홈을 파는게 아니라 위 아랫 부분을 모두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결을 해야해서 프로덕션 팀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천장(Ceiling)도 우리 작품이다. 씰링 가운데 있는 건 유럽에서 공수한 Grass cloth wall paper라고 한다. 벤치며 쓰레기통 커버까지.. 모두 내 이름이 적힌 도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 덮은 패브릭은.. 레스토랑 사장님이 올리브 그린을 그렇게 좋아하시는데 그래서 모든게 그린그린이다. 선반이며 모든 싱크 패널들... 지금 티스토리 프로필 사진에 저 패널이 바로 레스토랑 냉장고 패널이다. 냉장고 패널하다고 저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었다.

카페 오픈 전 사진
이게 뭐라고.. 뭐가 그리 복잡했는지.. 이것만 며칠을 붙들고 있었다


특히 입구에 웨이터 테이블과 함께 있는 앵글이 있는 입구 캐비닛 만들기는 정말.. 저거 디테일을 며칠을 낑낑 거리며 만든지 모른다. 저기서 일하고 있는 저 웨이터는 그걸 알까.. 메뉴판을 올려두는 그 상판 각도까지 내가 몇번이나 바꾸며 고심했던 걸...
코로나 시국이어서 스니즈 가드(Sneeze Guard)를 만드는게 특히나 어려웠다.
미국은 각 State마다 건물 규정이 다 다른데, 이 곳은 플로리다니 플로리다 안전수칙 스케줄을 다 살펴봐야했다. 코로나 때문에 스니즈 가드 규정이 새로 생긴건 아닌지, 다 해두고 그게 잘못되면 오픈을 못하니까 정말 까다로웠다. 레스토랑 측은 모든게 폴리시 브래스(Polished Brass)로 액센트를 둬야했고 벌집 모양의 브래스 선반이며 유리 선반을 만들어야 했다. 대강의 사이즈를 알면 그 다음부터는 커스텀으로 만들 수 있는지, 업자를 구해야하고 모든 하드웨어도 내가 알아봐서 공수해야했는데 유리며 클립이며 해준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봉은 지름이 너무 굵으면 싫은 것부터 시작해서 원하는게 너무 많아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좀 도 얇은 기둥으로 바꿀수 있었다 처음에 공급차질로 아쩔수 없이 저렇게 뚱뚱한 폴을 썼다


그래도 나중에 브래스 업자가 마무리 해주면서, 앞으로 우리 회사 일 무조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면서, 내가 설계한 스니즈가드는 지금까지 자기가 봤던 어떤 것보다 예쁘고 정교하다면서, 앞으로 자기도 이걸로 카피해서 써도 되겠냐고 했다고 한다. 샘플도 이걸로 만들어서 자기 샵에 전시하겠다고 하는데... 사장님은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기분이 엄청 좋아서는 막 갖다 쓰라고 했다고 한다. 참내.. 그래..나는 그에게 고용된 임플로이이(Employee)니까.


메인 요리사도 나에게 감사 메일을 보내주었다. 부부인데..나도 곧 출장가서 방문하면 맛있는거 좀 주려나.

요리사 부부가 스윗스윗하다 이메일 하나를 써도 저렇게 친절하다 부부가 선남선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