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in Canada

해리포터에 중독되다

CAKO 2022. 1. 19. 03:12

해리포터는 영화도 보지 않았다. 1편은 봤지만 그닥 끌리지 않고.. 애들도 너무 팍팍 크고.. 여튼 내취향은 아니었다. 한국말로도 영화로도 끌리지 않는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게 될리가 없지 않은가. 집에 해리포터 혼혈왕자 편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딱히 표지도 뭐 그냥 멋지지 않고 해리포터 왜저렇게 못그렸나 싶으면서 책도 지나치게 두꺼웠다. 뭐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다들 영어책을 읽으면 영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영어책은 일단 재미도 없고 내가 영어 수준이 낮은거지 인지 능력자체가 그렇게 저급하지 않건만 이 나이에 공부한답시고 애들책 읽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문 읽자니 솔직히 모르고 건너뛰는 것도 많고 맨날 줄줄이 느끼는 현타는 정말 짜증이 났다.
그러다 우연히 집에 굴러다니던(누가 한국간다고 무겁다고 주고 간거 갔기도 하고..) 혼혈왕자와 불의 잔을 보게 되었다. 불의 잔으로 시작했는데 워낙 많은 등장인물이 갑자기 나오고 왠지 정신이 없어서 역시 이건 내가 읽을게 아닌가보다 하고 한참을 덮었다가.. 혼혈왕자 편을 읽게 되었다. 제목도 해리포터 중에 제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첫 몇장이 읽혀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미로 읽지 말고 이책은 공부로 읽어보자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모르는 단어 이상한거 하나하나 다 찾아보자 도전이다.


"재미로 보기엔 정말 별로지만 공부로 보기엔 재밌는 책 아닌가"
그래서 시작을 했다. 단어를 모두 형광펜으로 칠하며 모르는 단어들을 다 찾아보았다. 책도 두껍고 시간이 꽤나 걸렸고 이걸 가지고 한국 애들은 흘려듣기 이런거도 하고 다들 초딩때 넘어가는 책이라던데 나는 모르는 단어가 끝도 없이 나왔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조앤롤링은 정말 글을 잘쓴느 사람이라는 건 알 수가 있었다. 재미있었다. 중반정도가고 대강 단어를 찾아보더라도 내용이 재미있어져서 막 읽고 있는데... 세상에... 덤블도어가 죽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영화도 싫어서 안봤는데 이걸 읽고 눈물이 난다고? 궁금하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내가 영어때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냥 미친건가?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이상해..해리포터 재밌어... 헉.. 정말??? 엄마가 싫어해서 나도 띄엄띄엄 봤는데 그게 재밌다고? 엄마 왜그래!!! 요즘 힘드냐고 하고... 일단 덤블도어도 죽고 해리포터도 개고생 중이고 일단 죽음의 성물까지는 보는게 맞을거 같다. 하고 죽음의 성물을 사서 읽게 되었다. 코스코에 전집 세일도 하고 세로운 에디션이라고 하는데도.. 그돈 45불이 아까워서(싼건데...) 안샀다. 죽음의 성물을 읽었는데...너무 재밌는거다... 아놔... 그래서 집에 있던 불의 잔을 거꾸로 읽고... 내용 정리를 위해 유튜브들을 찾아보았다. 내가 사전지식이 없어 의미없이 놓친 부분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중고샵에 갔더니 '아즈카반의 죄수'를 너무 좋은 상태로 싼가격에 팔고 있었다. 1.99 하드커버.. 당연히 사야지.. 하지만 계속 그렇게 거꾸로 읽어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1권부터 하나씩 따로따로 사서 모두 읽었다. 아 그냥 코스코에서 전집 살걸... 돈이 결국 더 들었다. 중고포함해서..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나... 해리포터는 재미로 읽으려고 하지 않고 순전히 공부로 끝을 내려고 시작한 책이라 책도 거의 대부분 소리내어 읽었다. 오.. 이거 읽고 신내린듯 전화도 잘받고 회의에서도 세련된 영어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일시적) 좋은책이다. 정말정말 좋은책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도 정주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주문으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혼자만의 주문이었지만 아이들도 해리포터를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우리엄마 왜저러나 하면서..
Lumos! (루모스) : 지팡이 끝에 작은 불을 켠다. - (우리 아이들에게 루모스! 하고 외치면 아이들이 불을 켠다)
Nox!(녹스!) : 불을 끈다.
Obliviate!(오블리비아떼!) : 기억을 수정해서 다른기억을 심거나 지운다. 헤르미온느가 모험을 떠나면서 부모님의 기억을 이 주문으로 지우는데.. 펑펑 울었다. 기집애.. 왜케 속도 깊고..나무랄데가 없냐.
다 늙어서 해리포터에 빠져 다른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그만한 글재주꾼 찾기가 정말 쉽지 않은 듯하다. 아이들의 소설이지만 그렇게 오랜시간 세계인을 사로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같은 이에게도 이렇게 손을 뻗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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