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 Canada

첫번째 해고당한 날(캐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CAKO 2022. 1. 3. 09:56

 1월 4일 이었다.

미안해. 너랑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같아.. 사장이 나를 부르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빠도 위암이라고 하고.. 난 캐나다에서 자리도 못잡았는데(초기라 지금은 완쾌되셨다) 난 언제나 자리잡나..아이고 내팔자야... 정말 나는 왜이렇게 되는게 없냐고.. 하나님 내가 열심히 믿는 애는 아니지만 하나도 애 안쓰고 잘 되는 애들 정말 많은데 나는 이렇게 애를 쓰고 눈물나게 노력을 해도 그 구박을 받고도 견뎠는데 삼개월만에 결국 짤리다니.. 내 남편이 직장 다니는 건 다행이지만 솔직히 같은 구직자의 상황으로 봤을 때 나보다 영어도 훨씬 못하는거 같고 평소에 팽팽 놀기나 하는데 오빠는 한방에 취직되고 나는 수백통 이력서 끝에 붙었는데 바로 떨어지고 에라이.... 정말 하나님 미워요.. 나만 미워해.. 남들은 그냥 노력없이 다 은혜라던데 내 은혜 어딨냐고 교만한 원망만 운전을 하며 계속 해대고... 집에 가니 눈물이 났다. 열심히 해서.. 더 할게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그 전해에 연말파티도 하고 나는 보너스도 더 넣어주더니.. 그게 자르려고 그런거였구나..

하긴 용돈이라도 더 받은게 어디냐.. 그래도 잘리면 기분 드럽다. 10월에 시작을 했으니 석달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잘린거다. 하지만 첫출근을 했을 때, 마냥 기뻤는데.. 이틀 째 되니..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왜 나를 뽑았는지.

 시니어 디자이너가 하나 있었는데(그 회사에 디자이너 하나밖에 없었다) 그 디자이너가 최악이었다. 사장은 원래 회사 사장의 Step daughter인데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물려받았는다. 새로운 사장의 남편이 인스톨을 하고 있었고 기존의 디자이너가 너무 엉망으로 일을 해서 일을 망쳐둘 때가 너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어드민 매니저(Administration manager)가 들어오고 디자이너와 대립관계가 되면서 둘 중 하나는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어드민이 일은 잘하는데 디자인이 안되니 짤라도 아무 염려없는 나같은 애를 뽑은거더라는... (남편은 소설같다며 지어낸거 아니냐고...)

 그 디자이너는 속을 뻔히 아니까 내가 좋을 리가 없고 갖은 모욕을 주었다. 내 책상도 못쓰게 하고 아일랜드에 컴퓨터를 준다던지 정말 신데렐라처럼 참기도 많이 참았다. 이번에는 진짜 응답듣고 움직이겠다고 하나님하고 약속을 한 터라 진짜 회사에서는 말도 못하고 뻔뻔히 버텼다. 그래도 돈받고 다니는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기술 서적도 읽고 착실히 문이라도 열 요량으로 일을 했다.(나 진짜 그런 사람 아닌데 그렇게 착하게 보이는 짓을 하며 지내는 게 더 괴로웠다) 여튼 그 디자이너는 미워도 나랑 일을 해야했고 몇 번 일을 하더니 점점 관계가 좋아졌다. 그러고나니 대들지도 않고 고분고분하기만 한 내가 너무 미운지 어드민은 나를 구박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던날 자기를 도와달라더니 이런거 안해봤냐면서 정말 생난리를 치더라는... 여튼 이리저리 치이고 속이 썩어갔지만 말도 안되고 경력도 없고 짠한 실력도 없는 내 주제에 뭔 줄을 서겠냐는 생각에 그냥 내 할일 하고 절대 이야기를 옮기지 않았다..(사실.. 집과 친구들은 외워서 쓰라면 쓸정도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영어로 옮기지 않았다가 맞는 표현이겠지. 한국말로는 거의 뿜고 다녔으니까) 

 

첫직장은 캐비닛을 하지만 메인은 벽난로였다. 벽난로 설치를 하면서 주로 맨틀을 해주고 캐비닛도 함께 하는 곳이었다. 로컬이어서 사이트 디멘션도 많이 다니고 현장을 많이 체험할 수 있었고 이용당한거건 뭐건 도면도 내가 그릴 수 있었다. 

 

신랑은 니가 요즘 혹시 막장 드라마 같은 걸 보고 뭐 이야기 더하고 이런거 아니냐 하고..난 집에서 미친 사람처럼 했던 얘기를 백번쯤 하니 가족들도 함께 미쳐가고 있었다. 나중에는 가족들이 이제 제발 그만두라고 그냥 애들 열심히 키우라며 나를 종용하고.. 아니야 이게 어쩌면 내가 상상 임신처럼 뭐 상상하는 걸수도 있다며.. 

 

그러며 회한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는데 쟤는 위험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다들 편안해져서 어차피 나도 큰 회사도 아니고 경력이나 길게 늘이자는 각오로 버텼다. 그런데 그 디자이너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말 일을 못했다. 처음에는 무슨 며느리도 안가르쳐주는 비법인 양 디게 재더니 나중엔 나한테 이거저걸 다 해달라하고 그러다보니 나도 일이 많아졌다. 그 디자이너는 건당 수당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돈이 제법 되고 그 회사는 모든 노하우를 쥐고 있는 그녀를 어찌 할 수 없었는데 자르려고 뽑은 내가 디자이너 꼬봉이라도 된듯 느꼈는지 사실 비하인드는 모르겠고..잘렸다. 그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영어좀 잘하고 일좀 알았으면 안잘렸다는거

-실력이 없으니 그런 정치 싸움을 핑계를 댄다는거 

-영어 쫌만 잘했으면 완전 할 말 많았는데 말 못하니 나이스하고 잘참는척 밖에 못하는 서러운 처지라는거 

-멀쩡한데면 나 뽑았겠냐 총맞았냐 면접보면 모르냐 

이런거 깨달았다. 

 

집에 오니 입이 두개나 세개쯤 필요한 내가.. 말수가 적어지고 슬픔에 휩싸였다. 괴로웠다. 다시 희망이 생길거 같지 않았다. 나도 쪽팔리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너무 괴로워서 이 이야기를 시작할때 사설도 길고 스토리 라인이 더 탄탄해지고 나의 방에 갇히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 원래 처음에 취업하면 다 그래.. 누가 한번에 제대로 잘되겠어 더 좋은데 가면 되지 걔네 이상하다..

이런 얘기 듣게 썰 잘 풀고 막상 저이야기 들으면 다시 현타가 온다. 드러운 세상... 

 

아니거덩 영어 잘하면 이런꼴 안당하거덩 의미없다의미없다의미없다 

 

내 한탄을 묵묵히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나를 최고의 엄마라고 항상 일으켜준 나의 딸과 이해해준 남편과 저세상 텐션의 둘째 딸(그녀와 있으면 세상으로부터 탈출한 것 같다) 그 모두를 허락하신 우리 주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 (진심) 

 

에필로그: 그만 두고 일주일이 안되서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디자이너가 나와 꼭 다시 일하고 싶다고 했다고 다시 일해보지 않겠냐고 월급을 좀 더 올려주겠다고 해서 거절했다. 그때 다른 곳을 면접보고 뽑힌 상태였다. 생각보다 일찍 재취업이 되서 살짝 기고만장 전화를 받았다 (거긴 6개월만에 그만둠) 

1년후 첫번째 디자이너는 전화가 와서는 자기는 잘렸다고 자기 일 좀 도와달라고 프리랜서 안하겠냐고 연락이 왔다 자기가 왜 잘렸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해서 아 그랬구나 모든게 더 잘되길 빌게 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 라고 하니 시간도 조절해주겠다고 했는데 "아니야 지금 나 다른데서 일하고 있어서.. 그냥 한군데 집중하고 싶어" 라고 말하며 시간없는 척하고 바쁜척했다. 사실 그때 세번째 직장 가기 바로 직전이라 놀고 있었는데... 잘난척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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