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 Canada

인테리어 디자인을 어떻게 시작했냐면...

CAKO 2022. 1. 2. 08:49

  남편은 동종업계(시빌 엔지니어)직종을 이곳에서 구하고 싶었는데 이곳 학위가 없으니 어디서도 한국 경력을 알아주지도 않았다. 한 회사를 20년을 넘게 다녔는데 경력도 화려했는데 캐나다 회사 문턱이 너무 높았다.

사실 영어는 그때 지금보다 더 못하던 터라....내가 정부 보조 받는 별거 아닌 데서라도 이 곳 캐나다 학위를 받으라고 했었다. 그러니 처음에는 펄펄 뛰며 ..지금 나이가 몇인데..애들은 어떻게 먹여 살리냐 이렇게 외국왔으면 식당이라고 나갈 각오로 왔는데 당장 나가서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하면서 맨날 짜증부리고.. 매일 매일 내적갈등을 하고.. 나도 정말 너무 짜증났었다. 

 

영주권만 따면 다 되는줄 알았더니... 그 때 부터 시작이라는 말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영주권 따기 전에는 이거따면 그렇게 살아봐야지..뭐 대강의 아우트라인을 짜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막상 따고나니..세상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머 어쩌라고.." 

 뉴욕에 살고 있는 우리 아가씨 마저 처음에 이민 왔으면 괜히 시간허비 하지 말고 돈부터 벌라고 했다. 어디 식당이라도 나갈 각오여야 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아 다시 한국 갈까.. 

 

그래서 다들 알지만 아무도 가지않는 무슨 New Comer도와주고 이런데 갔는데 직업을 소개라고 해주는 줄 알았더니 자꾸 학위를 따라는거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학위 뭐 땄는데 소용도 없고...이제 언어가 늘어봐야 얼마나 늘겠냐.. 나같은 사람 없냐... 막 그러니까 학위를 따래서.. 여긴 내가 올곳이 아닌가부다 했다. 

 

그런데 남편이 오고나니..번쩍 그 생각이 났다. 처음에 오면 공부좀 하고... 학위 있으면 첨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경력있는데 나처럼이야 될까 싶어서..(난 이미 이곳의 학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 부재로 아무데도 못가는거라고 스스로를 단정짓고 있던 시절) 학교좀 찾아달라고 다시 그곳을 찾아갔다. 그래서 두군데 학교를 알려주는데 한군데는 이미 정원이 다차서 근 일년을 기다리라 하고...40분을 달려간 시골 어디 구석은 오 마침 등록이니 어서오라고 했다. 

 

분위기는....정말 공부 못해서 이거라도 따서 먹고는 살아보겠다 대학은 못갔고.. 혹은 이민을 위해 온 부자집 중국애들 천지인 학교였다. 거길 졸업해서 취업을 원하는게 이상할 정도..어쨌든 거길 가려니 혼자 다니기 막막하고 나도 함께 다닐 게 뭐가 없을까 무지하게 고민을 했었나보다. 난 이미 공부했고 어차피 내가 지금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 갈 돈이 있는것도 아니잖아..나는 애키워야 한다면서 내가 그 학교를 갈거라고는 정말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이거 너 하면 잘할거 같아. 너 뭐 만들고 이런거 좋아하잖아. 거기 "Interior Decorating & Visual Display" 가 있는데 이름도 멋있고 이거 하면 나중에 집이라도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영어로 배우니 영어도 늘고... 게다가 그 학교는 정부 지원이라 준비물도 다 준다고 했다. 나도 여차저차 놀면 뭐하나 이거라도 하자고 갔는데....

 

 학교가기 일주일전에 부부싸움을 대판 했었다. 정말 결혼이후 가장 컸던 Big Match였는데학교까지 함께 다닐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해서 난 안가겠다 혼자 가라고 해서 남편 혼자 시작을 했다..

 

  일주일이 지나니 " 딱 하루만 나가봐... 괜찮은 데 같아.. (아닌지 다 알았음) 하루만 가보고 별로면 두번 다시 말 안할게.. 내가 미안하고... 학교는 나때문에 포기하는게 너의 인생을 위해서라도...못난 내 생각은 하지말고 학교만 한번 봐봐" 이러면서 대의가 있는 듯 이야기하는거다. 그때 진짜 결혼이후 거의 최대의 싸움이라 그깟 입학금 따위 이러면서 어차피 재적됐겠지 하고 못이기는 척 간후 역시 안되겠다고 하려고 했는데... 딱 한시간 들었는데 뭐에 홀린듯이 딱! 내 스타일이었다. 돌아오는길에..(통학시간이...40분.. 오고가면 80분 단둘이 밀폐된 공간..) 긴 침묵을 깨고 남편이 물었다. 

"어때?" .........................(완전 재밌어!!!! 내일 또오고 싶어...아 왜캐 학교 짧아. 라고 생각하고 이거저거 한거하고 말하고 싶어서 입 완전 근질근질하고..오늘 밤이 후딱 지나가서 내일이 되서 어서 공부하고 싶어라고 하고 싶지만..) 

"뭐 그냥 어차피 더 결석하면 재적이던데 뭐 각 코스당 수업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그냥 그래.." 

" 화가 많이 났네.. 그래 괜히 오라고 했나부다... 너무 힘들면 그냥 다니지마 나혼자 다녀볼게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거 같아.." (진짜 이인간 패기 드럽게 없고... 포기 왜케 빨라.그래도 한 며칠이라고 말미를 둬야지... 벌써 포기하냐..같이 다니고 싶은 마음 있었냐?? 아놔아놔 어뜨케 되돌리냐..) 

..............................................."그래도 많이 나쁘지 않았으면 내일 한번 더 와봐.. 한번 듣고 알수 없으니까.. 나는 생각보다 괜찮아서..그렇게 나쁜데는 아닌가봐" 

그러고 대답은 안했는데 여튼..그건 우리 부부의 일이고 나는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남편 결석하는데도 결석도 안하고 미친듯이 공부를 했었다. 

 

 처음에 스케치하고 뭐 손으로 만들고 이런거 가르쳤는데 여기서는 벽지 고르고 백스플래시(Back splash)이런거도 고르고 색감 키우는 핸드드로잉 렌더링 마카로 그리는거 하고 그랬는데.. 나는 2주밖에 안하는 그 수업을 위해서 일제 엄청 비싼 300불 넘는 마카세트도 사고 그거 받은날 그수업 끝나서 어이는 없었다..그래도 후회는 없다..그걸로 가끔 다이어리 꾸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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