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in Canada and US

버틀러 팬트리(Butler Pantry)

CAKO 2022. 6. 11. 05:56

키친옆에 꼭 들어가는 룸이 있는데 바로 버틀러 팬트리이다. 시작은 예전에 부자들의 하인들이 스파이스(양념)이나 와인을 보관하는 지하 저장고의 개념이었고, 한국으로 치면 수랏간 상궁 같은 하인들이 사용하던 곳이다. 지금은 와인 냉장고나 오븐과 같이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나 저장의 개념으로 사용을 하고 아무래도 음식하는 모든 재료들이 있는 공간이다보니 수납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이다.
고급 저택이 아니더라고 팬트리 룸은 있는데 그 정도의 공간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는 톨 캐비닛이라고 해서 큰 수납 캐비닛을 비치하곤 한다.
요즘 버틀러 팬트리에서 독립을 해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곳이 와인 냉장고와 아이스 메이커가 들어가는 와인 룸이다. 와인룸은 특별히 신경을 써서 바와 함께 꾸미는 곳도 있고, 비싸고 큰 와인 냉장고를 하나나 두개 정도 두기도 하고 지하에 온도 조절이 되는 특수한 방을 만들어 와인을 보관하기도 한다. 와인 저장 랙(Rack)와인의 종류에 따라 병의 지름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도 공부를 하고 제작을 한다.
어쨌거나 와인룸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그건 다음 기회에..
보통의 집은 월오븐은 레인지 옆에 두기도 하지만 집이 큰 경우에는 월오븐을 버틀러 팬트리로 많이들 빼고 있는 것 같다. 버틀러 팬트리가 크면 작은 싱크를 두고 다이닝을 서빙할 있도록 작은 주방의 느낌을 두고 만든다. 이런 경우 키친과 통일성 있게 캐비닛을 제작하고 좀 더 고급스럽게 디자인을 한다. 복도형으로 다이닝 룸 서빙이 용이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런 경우 스토리지 룸을 따로 둬서 이것저것 쌓아둘 수 있도록 만들어둔다.

버틀러 팬트리가 크면 이렇게 주방도 널찍하니 저렇게 작은 선반을 두고 데코레이팅을 하는 플렉스를 하기도..

다이닝 룸 서빙 개념의 버틀러 팬트리는 보여지는 곳이기 때문에 오픈 쉘빙으로 수납한 것들이 보이면 좋지가 않아서 장을 봐온 것들을 두는 수납공간이 따로 있다.

아직 공사중이기는 한데 수납만을 위한 공간이다
오른쪽 소파 옆으로 작게 난 문이 버틀러 팬트리로 가는 통로


먹거리 수납도 중요하지만 버틀러 팬트리에는 손님용 그릇이 아무래도 중요하다. 이곳에는 플레이터라고 해서 접시 밑에 까는 큰 그릇을 쓰는데 손님을 대접할 때 플레이터를 꼭 둔다. 그리고 시즌 별로 행사 별로 취향 별로 다양한 모양의 그릇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플레이터나 큰 접시의 경우 13" 깊이의 월캐비닛에 들어가지가 않는다. 그래서 16" 정도 깊이로 카운터 탑 바로 위에 얹는 타워형 캐비닛을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깊은 서랍을 두어 베이스 케비닛에 그릇들을 수납하기도 하는데 나도 나중에 그렇게 하려고 한다. 서랍이 쓸모가 많은 것 같다. 키친에는 가족들이 메인으로 매일 손쉽게 먹는 그릇들이 주로 차지한다면 버틀러 팬트리에는 그런 특별한 행사를 위한 그릇들이나 식기들이 자리한다.

버틀러 팬트리 지금 이 캐비닛의 반대편에 두 면의 벽은 모두 선반이다
이 집은 와인룸이 없는 대신 미디어룸 한 켠에 저렇게 와인 바를 두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버틀러 팬트리는 수납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쪽벽은 통째로 오픈 선반을 제작하기도 하고 톨 캐비닛을 두기도 한다. 장소가 협소한 경우에 문을 달면 도어 스윙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해서 아예 문없이 선반을 만들기도 한다.
작년에 했던 어떤 큰 집은 버틀러 팬트리는 근사하게 만들고 아예 큰 스토리지 룸을 만들어서 이름을 코스코룸이라고 이름 붙인 방도 있었다.
그러니까 고급 레지던스는 버틀러 팬트리라고 키친 옆에 붙여서 서빙이 용이하도록, 평소 쓰지 않지만 구분해서 정리 정돈이 잘 되게끔 도와주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집같은 평법한 집의 경우 팬트리는 있지만 버틀러같은 집사가 없고 내가 집사 자체이기 때문에 작은 팬트리에 내가 장봐온 모든 것들이 있고 우리집은 플레이터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그런 식사 그릇들에 눈이 가기는 한다..그러나 다행이도 살림을 그렇게 예쁘게 하는 타입이 아니라 부러워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버틀러 팬트리를 할 때, 가급적이면 많은 수납을 하기 위해 사이즈 욕심을 많이 내고는 하는데, 그럴수록 팬트리 공간의 케이싱이나 스위치 위치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디자인을 할 때 홈오너나 빌더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가 그런걸 놓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러다가 캐비닛이 스위치를 가린다던지, 캐이싱과 겹친다던지 하는 경우에는 캐비닛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경력이 짧은 편인데 그래도 비교적 빨리 시니어가 되고 큰 프로젝트를 혼자 도맡아 하게 된 꿀팁이기도 하다.

보통 인테리어 디자인 도면만 받아서 작업을 하는데 습관적으로 일렉트릭 도면이나 도어, 윈도우 등등 관련된 모든 도면을 모두 살펴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우리 회사 직원 하나는 아직도 귀찮다고 그걸 안하는데 그래도 사고를 너무 많이 친다. 나이도 어리고 전공도 좋고, 영어도 청산 유수인데 한두시간 더 투자하면 될걸(서너시간인가..) 그렇게 하지 않으니 도면이 차이가 난다. 이렇게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라 도면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서 그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이 되면 이제 일도 많이 익숙해졌으니, 그만해도 될만 하다 생각을 하고 그런 일들은 치워버렸어야 하는데, 그런 잡다해 보이는 글 한 자, 한 자를 다 읽어보니 부족한 언어에 대한 약점도 커버가 되기도 할 뿐더러 결과물이 더욱 좋아진다. 처음에는 아는게 없으니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도면을 살펴보곤 했는데 매번 그런 지식들이 도움이 되고 그렇게 다각적으로 도면을 살피는 사람이 현장에서 필요하다보니, 이제는 빌더가 나에게 주지 않아도 알아서 컨택을 해서 라이팅 업자들까지와도 연락을 해서 해당 도면은 모두 받아서 살피고 작업을 하고 있다.
덕분에 점점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나에게 주어지고, 매번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지만 늦게 시작한 일인데도 성장한 비법이라고 생각을 하니,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버틀러 팬트리, 키친, 스토리지룸, 와인 룸 같은건 아주 쉬운 캐비닛이라서 요즘은 금방금방 끝이 난다. 맨날 이런 스탠다드 공간들만 하고 싶다. 우리 회사 프로덕션 팀의 염원이기도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