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in Canada

미국 출장 일기..왜 내 비행기는 항상 캔슬되는가

CAKO 2022. 6. 6. 11:30

출장 전날, 일단 회의를 앞두고 드로잉이 구겨지지 않도록 금이야 옥이야 서류전용 가방에 챙겨넣었다.

사실 아이패드를 가져갈까 했지만 노트할 것이 워낙 많을 것이고 최신 아이패드가 아닌 탓에 펜슬도 되지도 않고...그런데 회의도 많았고, 각 회의당 도면도 상당히 두꺼웠기 때문에..이번 출장을 기점으로..핑계삼아 최신형 아이패드 에어와 펜슬을 사기로 결심을 했다.


생각을 해보니, 출장이나 마나 항상 아이들을 달고 다녔거나 가족이 함께 다녀와서 혼자 어딘가를 가본게 20년이 넘은 것 같다. 게다가 미국이라니..항상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에 갈때마다 공항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했었다.
무겁거나 말았거나, 아날로그로 보이거나 말았거나, 랩탑과 두꺼운 서류들을 챙기고....
그리고 이제는 나의 짐...플로리다는 엄청 덥기 때문에..시원하게 입을 각오를 해야했으나..처음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셔츠와 바지 구두를 여러벌 챙겼다.

누가 다리미를 놀러와서 쓸까 했는데.. 출장을 와보니 장말 유용한 템들.. 저 뒤의 꼭 셔츠는.. 색은 아줌마 같아도.. 어찌나 시원한지...

리넨셔츠도 챙기고... 며칠 밖에 안지내고 바닷가에 갈 것도 아닌데 옷을 너무 많이 챙긴건 아닌가 해서 뺐다 넣었다. 여러번..딸아이는 슬리퍼는 그래도 반드시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넣었는데...역시 나의 딸! 쓰레빠는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사발면... 미국에 여기보다 뭐가 많으면 많았지 없지 않을 거라고 이런 촌스러운 짓은 하지 않겠다고 사발면은 얌전히 뺐다.( 왜 뺐냐..정말)

미국 CVS에서 CJ사발면을 팔기에 사봤는데.. 오노! 못먹을맛. 칠리나 치킨 스프가 훨 낫다
토나올거 같은 맛이라 다버렸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바뀐 규정들도 좀 있어서 CDC서약서랄지, 신속항원검사지 등등 챙길 것이 많았다. 빠진 것은 없는지 걱정을 하면서 서류들도 챙기고 두번세번 점검을 했지만 역시 제버릇 어쩌지 못하고 상당한 바보짓 두세번 정도 가볍게 해주고(펜딩 중인 에스타를 뽑아서 당당히 보여주고 수속 담당자를 기가 차게 한 것부터 해서... 정말 기가 막혔다.) 얌전히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 요즘은 테이블도 많고 테이블 앞마다 아이패드도 있고 거기서 바로바로 결제를 하면 음식도 가져다주는 어마어마한 최첨단의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비수기인 5월부터 9월까지는(캐나다는 날이 좋아서 팜비치로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몇 달 동안 없다.) 직항이 없어서 뉴저지를 경유해서 갔다. 다행히 JFK공항이 아니고 뉴저지 공항인 덕에 그나마 게이트를 멀리멀리 이동하는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너무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어렸을 때 알지 못했던..멀미가 생겼는지 속이 메슥거리고...비행기 냄새를 견딜 수 없었다. 남편이 뉴저지에 혹시나 쉑쉑이 있는지 잘보고 식어도 괜찮으니 사오라고 했지만 다행히 쉑쉑은 없었다. 다행이다. 에어캐나다로 끊었지만 내 편명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었고, 유나이티드는...뭐.. 쏘쏘.. 웨스트젯 이런거보다 쫌더 나은 정도..
스벅에서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를 시켜 먹고... 줄도 너무 길고 사람이 너무 많아.. 블랙을 마셔야 정신이 깨어나는 나는 당당히 남의 커피에 크림을 잔뜩넣은 커피를 당당히 픽업해서 쭉 들이키는 바람에... 바꾸지도 않고..걍 포기했다. 누군가는 블랙마시고 짜증 났겠지.. 그 여자가 내 이름 부르고 왜 남의 거 주냐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거 가져가라니.. 누가 확인하냐고. 어쨌든 멀미를 가중시켜줄 크림 한가득.
이동시간이 경유로 인해 6시간이 넘는 바람에 이것저것 계속 사먹고, 돈만 쓰고 비행기안에서 주는 가벼운 음료 서비스는 걍..그렇고... 딸아이가 챙겨준 닌텐도와 레이튼 교수의 미스테리 저니.. 예전 ds 버전보다 별로다.


그래도 가는 길은 여러모로 순조로웠다. 곧 한국에 가니 연습도 할겸, 계속 멋지게 출장 다니는 커리어 우먼으로 빙의를 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비행기에서 불편할까 배고플까 본능만 챙기는 영락없는 아줌마. 그렇게나 내몸을 이렇게 챙기면서 웨스트팜비치 공항에 도착을 했다. 더운 바람이 후끈하게 들어왔다.


플로리다하면 야자수, 그래도 오션뷰의 방을 잡아주었다고 하는데...플로리다는 건물이 다 낮아서 오션이 그렇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바다 바로 앞이고 좋은 곳이었지만... 문제는 도마뱀이었다. 도마뱀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징그러웠다. 일미터마다 한마리씩 나오는 도마뱀이 정말 징그러웠다. 팔뚝만한 것도 있고, 악어인가 싶은 것들도 있고, 도망이야 가지만...그래도 너무 징그러운거 아닌가.
이전 포스트에 소개한 여러 업무들을 모두 끝내고 돌아가는 날.. 너무 바빴기 때문에 정말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4박 5일이라니.. 왠열.. 가족들과 매일 페이스북을 했지만 너무 만나고 싶었다. 바닷가가 코앞이었지만 가족들이 없으니 아이 핑계대로 바다에 갈 일도 없고 그렇게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떠나는 당일날, 아.. 오전 스케줄을 끝내고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맘이 설랬다. 3시 30분 비행기니까 저녁에 도착하면 통닭 한마리 사서 집에 가야지!! 생각을 했는데....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왠일이니 스톰 때문에 내 비행기가 캔슬이 되었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하루 더 스테이 해도 되겠냐고 묻기에 밤에 떠나도 괜찮으니 가겠다고 했다. 아놔.. 그 순간부터 1분이 1시간 같고..왜 연락이 안오나 기다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예전에 LA에 장례식이 있어 아이들과 갈때도, 한국에 갈때도... 또 언젠가도.. 기억 안나지만 매번 이런다.
말이 되냐고.. 점심도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고 일기예보를 보니 스톰은 내일이면 더 심해져서 이주 한주를 다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운전이라도 해서 가겠다. 가야한다!
드디어 연락이 왔다. 델타 항공사로 바뀌었고 5시 30분 비행이라고.. 오! 연착의 대왕 델타라니..그래도 괜찮아. 니가 늦어봤자 나늘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늑장꾸러기 델타야!
환승은 이제 아틀란타에서 하기로.. 음.. 복잡하기로 유명한 아틀란타라니.. 터미널 어디냐. 아틀랜타 공항은 그야말로 돋대기 시장같았다. 사람도 너무 많고 그냥 시골 시내버스 정류장 같은.. 트램은 왜케 빠른지.. 터미널을 이동하는 트램은 촌각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어마어마한 속도와 옛날 옛적 기술력.

한가한 웨스트 팜비치 공항
집으로 갈수는 있는거겠지
블랙잭으로 시간을 떼웠다
와이파이가 되다니! 놀라웠다

에어캐나다라면 달랐을까 싶지마는 딜레이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델타를 탔는데.. 그래도 기종은 에어버스 나름 최신 기종이라 와이파이도 지원이 된다. (무료 와이파이는 텍스트까지만)
그리고 영화며 드라마도 많고.. 역시나 프렌즈 최고! 시간 후딱간다.
그리그리 하여.. 도착한 캐나다.. 고향도 아닌데 고향같은 이 느낌...새벽 1시 45분! 공항 앞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왔어 캐나다!!!

아..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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