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in Canada and US

캐비닛 디자이너 미국 출장 일지(1)-트럼프의 이웃집 인테리어

CAKO 2022. 6. 3. 10:47

우리 회사는 캐나다에 있고, 잡사이트는 미국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 있다. 전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부자들의 꿈의 저택들이 있는 곳. 그곳의 스트릿을 하나씩 하나씩 정복중이다.(사장님 말씀 인용)
캐나다에는 공장이 있어서 제작을 담당하고 가끔씩 들어오는 로컬 잡을 진행하고 있다. 95프로 이상의 일들이 웨스트 팜비치에서 이루어진다. 3년 전부터 예정에 있던 출장을 드디어 가게 되었다..

진짜 공항 오랜만

플로리다에 와보니... 세상에.. 사방에 도마뱀이 뛰어 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얘는 작은 편.. 이삼미터 간격으로 하나씩

사람 팔뚝 만한 것도 있고, 이구아나도 있고...너무 징그러웠다. 호텔은 오션뷰이기는 했지만 이곳에 건물이 워낙 낮아서 바다가 코앞에서 보이는 오션뷰는 아니었다. 해변은 산책로로 만들어져 있어 찻길을 건너가야 했지만 그래도 날씨도 좋고 플로리다는 첫 방문이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저 좁은 바다를 끼고 요트 선박장을 낀 하우스들이 즐비하다. 이번 프로젝트 중 하나도 요트선박장과 섬머키친을 함께 진행하는 집이 있다


미팅을 앞두고 있는 하우스는 도면이 워낙 크고 조건들도 까다로워서 하이엔드 레지던스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와보니,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프레임을 보고 각 룸을 살피고 드라이월이 오디에 갈지 창문은 어디로 갈지 알수 있다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어 확인할 곳이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하반기에 시작될 하우스 인테리어 건 때문이었다. 뉴욕, 놀스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팜비치 그리고 우리 회사가 있는 캐나다에서 관련된 업체들이 모두 모여 홈오너와 미팅이 있었고 하우스 프레이밍이며 라이팅, 캐비닛 등등 모든 걸 점검하고 조율을 하는 자리였다.

작업 현장 여기저기에 내이름이 페이지마다 적혀있는 도면으로 작업을 한다
한 프로젝트 잡사이트의 작업 반장님 책상

사실 출장이 먼저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아키텍트에게 내 스케줄을 알려주면서 혹시 시간이 맞는다면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빌더들과 미팅이 있는데 그때 보면 좋겠다고 해서 큰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전화받기도 무서워서 벌벌 떨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모임도 하고 신기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도면이 너무 두꺼워서 준비할게 정말 많았는데, 다음에는 아이패드를 꼭 가지고 가야겠다. 랩탑은 무겁기만 하고 도면 보기에 좋지가 않았다.
이 집은 원래 우리 회사와 메인으로 거래하는 컨스트럭션 회사에서 스펙하우스로(Spec House: Builder가 땅을 사서 시장에 내놓고 부동산 차익을 내기 위해 파는 집, 제안서만으로 팔리기도 하고 미리 만들어 두고 팔기도한다.)로 시장에 내 놓은 매물이었는데,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구라고 하면 바로 아는 사람이 구입을 했는데..

이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과 인접해 있다. 바로 옆이라해도 거짓말이 아닌데.. 알고보니 내가 하는 이 집의 홈오너는 어쩌면 트럼프보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 옆집은 제작년에 내 프로젝트였고, 그 옆집도 우리 회사에서 모두 진행한 집이다. 삼일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나다니면서 집구경 참 잘~~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저택의 정문
차로 지나가기도 했고 헷지가 높아서 안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도 다리건너서도 보고..그저 신기한 구경이었다

트럼프의 이웃집이라니...내가 제작년에 한집이 그 바로 옆집이라니... 참... 신기했다. 그 주변 집들이 모두 으리으리 해서 트럼프 대통령 집이 있다고 기죽을 집은 단 한집도 없었다.
대서양 바다를 바라보는 멋진 테라스를 가진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길 양 옆으로 팜트리와 예쁜 꽃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사실 점점 내가 일도 많이 하게 되고 프로젝트에서 책임지는 부분이 커지다 보니, 사장님은 내가 이번에 와서 이곳 빌더들과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고 미팅을 진행하고 싶어하셔서 오게 되었다. 나도 두려움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인스톨러들과 만나고 싶기도 했고 빌더들과 아키텍트들을 만나서 도면에 대해 문제점도 말을 하고 여러가지 제안들을 하고 싶었다.


이메일을 하고 전화를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말이 '아'다르고 '어'다르다 보니, '을'의 입장인 우리 회사를 대표해서 제안을 하는게 '갑'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도면도 최대한 완벽해야 하고, 준비가 철저한 만큼 제안 수용도 수월해져서 직접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아키텍트와 홈오너가 놀스 캐롤라이나에 있어서 만나는게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미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절호의 찬스가 아닐 수가 없었다.


미팅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되었다. 내가 만들어간 제안의 100프로가 다 수렴이 되었다.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들이 있어서 아키텍트 디자인이 수렴하기 위해 내가 생각해낸 계획들을 이야기했고, 아키텍트도 마음에 들어했다. 프로덕션 상황이 아주 힘들어질 수 있는 까다로운 월 패널에 관한 게 가장 힘든 이슈가 하나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프로덕션 매니저와 사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디자인은 아직 공개할 상황이 아니어서... 나중에..완공이 되면 업데이트 하려고 한다.) 우리 쪽에서 가능한 플랜이라고 해서(프로덕션도 훨씬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나름의 플랜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주 힘든 과정이겠지만.. 우리 회사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계획을 말했다. 기본적인 너의 아이디어가 이러이러한 걸 Fully understood 하고 오차 범위는 미니멈 얼마에서 맥시멈 얼마이다. 이 범위안에서 작업하고 너한테 컨펌을 구하겠다....고 그녀의 아이디어에 대한 내 이해 정도, 집 곳곳을 다니면서 도면과 다르게 빌드 된 부분, 어떻게 해결할지, 너의 의견은 어떠한지.. 근 두 시간에 걸쳐 한 층, 한 층 설명을 마쳤다.
미팅을 마치고 나서..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 생각이 드는게 있었는데..지나고보니 미리 생각해야했던 부분이었는데, 놓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정리해보자면... (하나님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다 디렉션을 주셨다.)

1. 큰 집이라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도면을 외우고 주문사항, 체인지오더, 어려운 하드웨어, 인스톨 상황을 미리 점검을 해두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질문과 제안을 정리해두었다.

2. 콘크리트 밖에 없는 집이었지만 미리 집을 방문해서 도면과 비교하면서 여기저기 집을 외웠다. Ceiling, Wall panel, 캐비닛 등등 모든 것을 점검하고 다시 도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미팅 전날이었지만 집 여기저기에 우리 같은 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우리와 거래하는 빌더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팀도 아직은 서로 인사하지 않았다. 라이팅 팀, 인테리어 팀 등등 예상은 할 수 있었지만 각자의 준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견제라기 보다는 자기 일에 충실하는게 맞았다.

3.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인스톨러 두 명과 함께, 잡 사이트를 찾았다. 천장도 높고 점검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혼자할 수 있는 사이트 메져가 아니어서 내가 도면을 가지고 인스톨러들이 모두 도와주었다. 인스톨러들이 경험이 많아서 디멘션을 잘 주는 편이지만 어려운 커스텀 캐비닛의 경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도면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이곳은 이 치수가 무척 중요하고 이 룸은 이 정보가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을 해주니 인스톨러들과 친분도 쌓을 수가 있었고, 내가 필요한 곳을 이야기하고 순서대로 재면서 확인을 하니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서로 감사를 전했다.

4. 미팅 당일, 콘크리트에 메탈 프레임만 쳐져 있는 더운 공간에서 회의가 시작 되었다. 사장님도 인사하고 홈오너도 함께 자리했다. 도면과 달라져서 펑크션에 생기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도면을 한장 한장 보면서 토론을 진행했다. 사장님은 엄청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무지 고민하더니 아키텍트 회사 사장님하고 무용담을 나누기 시작하며 회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으셨다.

5. 조심스럽게 프로덕션 방법 등등 몇가지 제안 사항들도 이야기하고,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논의했다. 예를 들면, 마이터 방식도.. 그들은 Jack Miter 방식을 원했지만 우리 회사는 일반 마이터를 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을 뿐더러 무척 견고해서 잭마이터는 어떤 면에서는 비효율 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잭마이터를 원하는 이유도 있었기에 제안을 했다.

여러가지 디자인 사항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알지만 프로덕션 매니저가 일반 마이터를 원하고 있어. 내가 자신있게 말하지만 우리 회사 캐비닛은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이야. 그사람이 꾀부리려고 이런 제안 하는 건 절대 아니야. 물건을 보면 알게 될거야. (정말 우리 회사 캐비닛은 바로 알 수 있다. 물건이 다르다)
그래, 오늘 한 제안들은 다 너네 마음대로 바꿔도 돼. 니 도면 정말 좋더라, 니 도면 만 봐도 너네 회사 얼마나 디테일 오리엔티드하고(Detail oriented) 완벽한지 알 수 있을 거 같아. 믿을 수 있을거 같아.

정말...이런 한마디 때문에 사람이 기분이 업되기도 하고 다운되기도 한다. 일이 너무 많았지만...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초반 미팅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견제를 위해서 쉽게 예스 해주지도 않고, 필요가 없는대도 어기장을 두기도 하는 자리인데.. 모든 걸 내 말대로 해준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모든 일이 쉽게 이루어 질 것 같았다. 피니시 샘플만 잘 어프루브 해준다면...
미팅이 너무 늦게 끝나서 다음 스케줄은 다음날로 미루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나 오늘 니가 회의 하는거 다 듣고 있었다. 내가 저쪽 업체하고 다른 이야기해도 니가 다 잘하고 있어서 내가 할 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미팅 하는지 쭉 봤다. 너만 우리 회사에 계속 있어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정말 니가 자랑스럽다! (여기까지 딱 좋은데..) 너 처음에 우리 회사 왔을 때 기억나니? (왜 안나냐고..안다고 못했던거..) 그때는 그림은 그럭저럭 그렸는데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오늘 니가 회의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 홈오너 보통 사람이 아니야.. 세계 최고 건축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세계 최고 아키텍트를 쓰고 있는데 너는 오늘 회의를 주도했어. 앞으로 언제든 미팅 해야하면 아무때나 플로리다 와서 일보고 가. 회사에 이야기해둘게. 니가 필요하면 내 스케줄 보지말고 너혼자 다 하고 다녀라(이 말은 좀 다시 생각할 문제)

다 늙어서 일을 시작했는데...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작년부터 사장님은 내 프로젝트는 보고하지 말고 혼자 알아서 하라고 모든 권한을 주셨었다. 플로리다에서도 내가 잘 할 수 있게 자리를 잡아주시느라 디자인 회사, 건축 회사 짬짬히 데리고 가셔서 인사 시켜주시고 모든 작업장에서 우리 디자이너라면서 모두 소개해주셨다.
내가 얼마전에 끝낸 브런치 집은 이 동네 사람들의 참새방앗간이라 그 카페 이름을 대기만 해도, 그걸 니가 했냐면서 다들 놀라고 대화가 길어졌다. 그 회사에서 운영하는 초호화 인테리어 가게도 내가 했고 곧 여성복 남성복 매장도 드로잉이 모두 어프루브가 되어서 프로덕션 예정이고 4억이 넘는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가게도 내가 하게 되는데, 그 샵들이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곳인줄은 몰랐다. 막상 가서 그림으로 그리고 샵에서 구경만 했던 캐비닛을 피니시가 다된 바닥과 월과 함께, 소품과 카운터탑과 함께 보니.. 나도...눈물이 날 것 같았다. 늙으니 눈물이 자주 난다. 쓰다보니 자랑일기가 되었는데... 진짜 자랑하고 싶다!

트럼프 전 대통령님 집에 계신가요?


에필로그
회의를 하면서 아키텍트와 그 회사와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언제 놀스캐롤라이나로 가냐고 하니 이제 간다고 했다. 미팅이 길어져서 미안해 시간이 촉박하겠다고 걱정을 했더니......
나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번쩍번쩍한 미군들이 타는거 같은 제트기... 홈오너가 건축디자인팀 모두를 위해.. 자기네 비행기와 비행사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고.... 아키텍트가 나도 얻어탄거지. 부자들 많이 하긴 하지만 이런건 첨이야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시 한번 일하고 싶은 회사다 섬세한 디자인과 레이아웃이 치밀해보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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