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in Canada and US

플로리다 팜비치 어린이 매장 디자인

CAKO 2022. 1. 28. 06:55

처음 내가 이 회사에 고용된 건 큰 쇼핑몰 제작 때문이었다. 여성복 두동, 남성복 그리고 어린이 매장이었다. 플로리다 팜 비치에 우리의 오랜 고객이 샵을 오픈 하는 거였다. 어찌 저찌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정말 세상의 비싼 것은 모두 동원한 가게이다보니, 정말 디테일이 엄청 났다. 이미 디자인은 끝났으니 나는 상대방 회사가 고용한 디자인을 따라만 하고 우리 캐비닛을 만들도록 도면만 대강 짜면 된다더니…
나중에 시간이 되면 고용의 비하인트 스토리를 전하겠지만 정말 사장님 빼고 나를 모두 반대했었다. 경력도 없는 데다가 영어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뭘 믿고 쟤를 뽑냐..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미 다른 데 모두 고용이 되었고 다른 회사는 복리후생도 괜찮았는데 우리 회사는 의료보험도 없었다. 남편 회사에 의료보험이 가족 커버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실 마음 속으로 나를 제일 반대했던 건 사장님이었다. 그런데 어쨌거나 나를 뽑으셨다. 갑자기 뭔 시험을 봤는데 내가 그걸 좀 잘 그리기도 했고… 사장님과 회사 사람들 마음에 쏙드는 원어민 경력자들을 재치고 날 뽑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뽑혔다고 앞길이 순탄하지 않았고 잠한숨 못자고 그만둘까 말까 고민도 하고 정말 설움도 당하고 사장님 때문에 속앓이도 많이 했었다. 처음에 아무래도 나를 믿을 수 없으니까 덮어놓고 내 잘못으로 하기도 많이 하고… (내 참..드럽고 치사한 이야기 할라면 밤을 새니까..이쯤 끊을까.)
어쨌든 상대방 회사의 아키텍트 겸 디자이너는 정말 이 바닥에 잔뼈가 굵어서 누구라면 딱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던데.. 잡지에도 안나오고.. 여튼 그 사람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손으로 모든 걸 그린다. 드래프팅 테이블에.. 팔토시를 끼고.. 이메일도 얼마나 딱딱하고 건조하고 차갑기 그지 없는지… 정말 말도 안되는 디자인을 하고도 고쳐두면 이거 고쳤네? 이러면서 대노를 해가지고 쌩 난리 부리는 스타일.. 우리 사장님도 세상에 이런 고집쟁이 베이비가 없다면서 그 사람하고 전화만 끊고 나면 한참을 흉을 보시곤 했다.

정성스런 아키텍트의 핸드드로잉


그래서 정말 정성에 정성을 다해 도면을 그렸다. 그래도 이 큰 프로젝트를 시니어도 두지 않고 나한테 전부 맡겼으니까 정말 잘해야지 잘해야지..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틀리면 죽은 목숨인게 더 무서웠다. 시니어 없이 일하는 첫번째 도전이었다. 모든게 처음...첫 번째 도면을 그려보냈을 때 그래도 지난번 보다는 낫다고 하면서 피드백이 나쁘지 않았지만 (지난 번 디자이너가 실력있고 똑똑한 애였는데 그녀가 막판에 마음이 떠서 도면을 막 그렸었다.)


정성을 다해 그린 도면은 아키텍트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프로덕션 팀을 전혀 즐겁게 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정말...저게 만들어지다니 감개무량하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그려주기는 정말 쉽다. 하지만 내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떻게 만들지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 때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해내라고 이런 말도 안되는 디자인을 한거냐고 프로덕션 매니저는 매일 화만 내고 도면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게 더 문제였다. 매터리얼을 어떻게 주문하는건지 여기 나사를 왜 꽂으면 안되는건지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그러다가 플로리다 주의 소방법이 바뀌어서 이 건물 자체가 큰 문제가 생겨서 모든 작업이 홀드 되었다. 그나마 내그림 칭찬하던 아키텍트도 이제 연락할 일 없고 그냥 떨어지는 일이나 했다. 계속 작은 일이 떨어지고..괜히 여길 왔나..내가 올 곳이 아닌가 많은 생각을 하며 이전 디자이너의 작업 파일을 하나하나 다 열어가며 공부를 시작했다.

급한대로 원하지 않던 곳에 두어진 캐비닛들

그러던 어느날.. 클라이언트는 어차피 건물 하나 남는게 있으니(그들만의 리그.. 역시나..) 키즈섹션은 오픈을 하고 싶다 해서.. 나는 다시 그 일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래도 일이 많이 익숙해 진 터라.. 얼마나 말도 안되는 도면인지 철저히 깨닫고 그걸 되게 하려고 작으 부품까지 지붕에 다는 깃발이며 깃발의 방향까지 꼼꼼히 관리하며 마지막에 베이비들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올해 연말에 여성복은 원래 키즈 섹션이 들어가려고 했던 자리에 하나를 더 만들고, 그 건물에 멋진 쇼핑몰이 오픈을 한다고 한다. 얼마전 포스트한 레스토랑과 같은 회사이다. 곧 세계 최고급 매트리스 샵을 오픈 할거라던데...(매트리스 하나에 4억이라나...미치지 않고서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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